"26년 만에 폐점"…美 가성비 브랜드까지 결국 문 닫았다[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

입력 2023-07-03 12:05   수정 2023-07-05 06:1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는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변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역 경제와 산업 동향, 사람사는 따뜻한 이야기 등 현지에서 주목하는 이슈들을 깊이 있게 살펴볼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사진 /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번화가 마켓스트리트에 있는 패션브랜드 올드네이비 매장.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입구에 들어서자 ‘7월1일까지만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폐점을 하루 앞둔 매장 내엔 ‘바지 12달러, 티셔츠 9달러’ 등 재고정리가 한창이었습니다. 3층으로 구성된 매장의 3층은 이미 폐쇄돼 있었습니다. 판매하는 옷도 소량이고 사이즈도 아주 크거나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매장도 한산했습니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갭을 모회사로 둔 올드네이비는 미국에서 가성비 좋은 옷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관광과 쇼핑의 중심지인 유니언스퀘어 인근에 있는 이 매장은 1994년 론칭한 올드네이비가 1997년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브랜드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매장이 26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이곳에서 만난 고객 세디는 “이 지역에 9년째 살고 있는데 7~8년 동안 올드 네이비를 이용했다”며 “폐점 소식을 듣고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옷을 사려고 들렀다”고 말했습니다. 매장 직원은 “올드네이비를 대표하는 매장이 사라져 직원과 고객 모두 슬퍼하고 있다”며 “지난 5월 회시가 임대기간 만료 후 폐점 계획을 발표하자 직원들도 다른 직장을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줄어드는 유동인구와 늘어나는 노숙자?마약중독자, 떠나는 기업들로 샌프란시스코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지역의 랜드마크 매장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도심은 공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올드네이비 마켓스트리트 매장 바로 옆에 있는 이 도시 최대 쇼핑센터인 ‘샌프란시스코센터’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최대 쇼핑몰 브랜드 웨스트필드가 운영하는 이곳에 블루밍데일,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영화관 센추리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 중 노드스트롬 백화점도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이 여파로 웨스트필드는 지난달 5억5800만달러에 달하는 대출상환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대출금 갚는 것을 포기하고 부동산을 대출기관에 넘기기로 한 것입니다. 웨스트필드 측은 입장문을 내고 “20년간 상당한 투자를 해왔지만, 매출·점유율·유동인구가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더는 쇼핑몰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쇼핑몰 맞은편 건물들은 대부분이 비어 있습니다. 거리엔 악취와 마리화나 냄새가 가득했고, 곳곳에 마약에 취한 노숙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높은 임대료와 재택근무의 일상화 등으로 기업은 사무실을 비우거나 축소했고, 이에 따라 줄어든 인구는 소매업에 타격을 줬습니다. 미국 보안업체 캐슬시스템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주간 평균 사무실 복귀율은 45.5%입니다. 팬데믹 기간에 50% 미만으로 떨어진 지표가 아직도 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빈 도심엔 노숙자와 마약중독자가 번화가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지역 매체인 샌프란시스코스탠다드는 최근 부동산 회사 CBRE의 데이터를 인용해 샌프란시스코의 올해 2분기 사무실 공실률 잠정치가 31.8%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관련 수치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최고치로, 미국 대도시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코로나19 이전(4%)에 비해 8배가량 상승한 수치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교민 김수진씨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도심과 집을 오갈 때 바트(장거리 전철)를 타고 편리하게 이동했다”며 “하지만 이젠 노숙자와 범죄 등으로 인해 바트를 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습니다.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장영신씨는 “최근 6개월 동안 자동차의 창문이 2번이나 파손됐다”며 “차에 별다른 물건을 두지 않았음에도 이런 피해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마켓스트리트와 교차하는 스탁턴스트리트에 있는 가구점 ‘코코 리퍼블릭’ 매장도 창문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이 매장 길 건너에 있는 메이시 백화점도 한산했고, 이 건물 맞은편 건물은 통째로 비어있었습니다. 영업하는 매장보다 ‘임대(for lease)’ 표지판을 내건 빈 건물이 더 쉽게 보였습니다. 마켓스트리트 뒤편 미션스트리트도 공실과 노숙자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유동인구 감소에 호텔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파크호텔앤리조트는 지난달 7억2500만달러의 대출 상환을 중단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호텔인 ‘힐튼 유니온스퀘어’와 ‘파크 55’의 소유권을 양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파크호텔의 토마스 볼티모어 최고경영자(CEO)는 “샌프란시스코는 거리 상황에 대한 우려를 포함해 주요 문제로 인해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위워크는 지난 4월 캘리포니아 스트리트에 있는 건물에 대한 2억4000만달러의 대출 상환을 불이행했습니다. 트위터는 작년 11월에 임대료 지급을 중단했고, 건물주는 4억달러 대출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이 대출기관과 채권 보유자를 위기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무디스에 따르면 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 사무실 대출의 50%가 연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토마스 라살비아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현재 시장의 특정 자산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며, 향후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중개회사인 콜드웰뱅커리얼티의 리나 킴 리얼터는 “웨스트필드와 올드네이비가 문을 닫는 건 지역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회의, 재택근무, 온라인쇼핑이 일상생활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며 “유동인구 감소와 노숙자, 범죄 등 여러 지역사회 문제 등이 얽히면서 상업용부동산 공실에 대한 해결방안이 샌프란시스코의 최대 고민거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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